요즘은 잡지를 만들고 있다. 고양이와 동물권에 관한 잡지다. 어쩌다 취재와 편집 일을 맡아서 하게 되어 (500년 걸리는 중인) 논문과 병행하고 있는데, 재미있다. 일단 지금까지 배워두었지만 마땅한 쓸모를 찾지 못했던 나름의 글쓰기 경험과 고양이 관련 활동이 도움이 되고 있어 기쁘다. ‘언니 여러분’이라는 이름으로 주변인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싶었는데, 그것도 고양이라는 접점으로 새롭게 잡지에 녹여낼 수 있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논문도 탈출구를 못 찾고 있었는데, 잡지를 준비하며 뭔가 포인트를 찾아냈다. 교수님도 다행히 이 방향성이 나쁘지 않다고 하신다. 뭐랄까 논문을 준비하며 예상치 못하게 나의 고질적인 두려움과 수동성에 직면하기도 했다.
나는 항상 무슨 일을 할 때면 빨리 뚝딱 해내기보다 오래 걸리는 사람이었다. 오래 걸린다고 해서 결과물이 특출나게 좋은 것도 아닌, 좀 애매한 사람. 엊그제 무슨 잡지 에디터 인터뷰를 보았는데 그분은 “너 언제까지 아티스트 흉내 내면서 살 거야”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한다. 뼈 맞은 느낌이었다. 노래를 하는 것도, 그림을 엄청 잘 그리는 것도 아니고, 영화를 찍는 것도, 퍼포먼스를 하는 것도 아닌.. 뭔가 예술한다고 하는데 뭘 하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는 그런 애. 글이나 편집, 이런 쪽이 특히 애매한 것 같다. 그리고 나도 막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시간이 더 오래 걸린 것 같다. 내가 뭘 할 수 있고, 뭘 하고 싶은 사람인지 알아보는 데에 시간이 (그리고 돈이) 정말 많이 들었다.
잘 되려나. 발행인님도 나도 맨땅에 헤딩하는 중이라 쉽지 않다. 1호가 나와봐야 좀 감이 올 것 같다. 그래도 간만에 생산적이기도 하고, 정말 하고 싶은 일이기도 해서 기분이 대체로 좋다. 동물권 활동을 하며 영화 얘기도 풀어내고, 그림도 그리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그림 같은 여정은 아니고 나도 너무 신중하고 소심한 편이라 하루하루 새로운 경험들이 버거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괜찮은 것 같다. 창간호가 나오고 “나무야 미안해” 하지 않게, 잘 만들고 싶다. 요즘의 근황.
*티스토리를 잘 안 들어오게 되어.. 브런치로 넘어갈까 고민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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