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날들이다! 8월의 한가운데에서 숨을 고른다. 

생각해보면 8월을 좋아한 적이 없었다. 뜨거운 여름은 어릴 때부터 싫어하는 계절이었고, 하루하루를 나를 저주하는 심정으로 보내다보면 살 만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와 있었다. 그래도 이번 8월은 기분 좋은 바쁜 일들로 행복했던 것 같다. 작년 7월에 지동이를 만나고 8월에 가족이 된 이후로 나는 여름을 조금 좋아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8월에 대한 나쁜 감정은 조금 사라졌다. 행운의 고양이.

끊임없이 나의 논리를 점검하며, 내가 무엇을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밀어붙이는 동안 나의 고질은 천천히 고개를 든다. 내가 하고 싶었던 그 일을 나보다 멋지게 먼저 해내는 사람을 편하게 바라보지 못한다. 나와 멀어진 이유가 뭔지 알 것 같지만 다시 가까워질 수 없는, 가까워지고 싶지 않은 친구의 소식을 어찌어찌 전해 들으면 참 기분이 묘하다. 나는 다시 끝없는 비교의 함정에 갇혀 이도저도 아닌 기분이 된다. 이런 두려움이 경험 없는 자의 어리석음이어서 언젠가 사라질 수 있다면 정말 좋을텐데.

내가 나의 고민과 애호, 걱정과 집착에 대해 말하고 싶은 것처럼 다른 사람의 그것들에 대해서도 계속 듣고 싶다. 거의 10년 간 생각해온 결과 나는 글을 쓰고 싶지만 쓰고 싶지 않은 사람인 것 같다. 효율을 쥐어짜서 겨우 내는 인간. 게으르고 끝없이 바뀌는 인간. 나는 최근에 한 생각을 친한 사람에게 꼭 말해버리는, 그래서 공감을 이끌어내기를 원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인데, 이제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말하기보다 상대에게 귀 기울이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새로 지은 필명에 귀 이耳 자를 넣었다.)

조금씩 나이 들어갈수록,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 더욱 모르겠다. 수많은 가치 중에서 무엇을 더 중요하게 여길지 아무리 생각해도 확정을 못 하겠다. 그래서 앞으로 1-2년의 삶 만을 생각할 때 나는 신체적, 정신적, 심리적으로 건강하기로 한다. 어떤 것에 너무 심하게 몰두하여 내 생활이 사라지거나 혹은 무언가에 의해 착취당하는 일은 없도록 정신 차리고 살아보기로 한다. 그렇게 하면, 내가 무엇을 중요한 가치로 두든 나는 건강할 것이다. (방금 쓴 문장만큼 쉬운 일은 절대 아니지만.)

작은 친구와 함께 천천히 걸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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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진 정신 병증 중 가장 주요한 것을 꼽자면 아마 망상증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 며칠이었다. 다른 사람들의 경우를 잘 몰라서 강도는 잘 모르겠지만 분명 있다. 어제는.. 아주 오랜만에 망상증 같은 증세가 나타나서 좀 괴로웠다. 지금까지 내가 사랑이라 생각해온 것들 거의다 이런 병증이 아니었을까 하는 슬픈 생각도 했다. 흠.. 전부 다 병은 아닐 수도 있고, 잘 모르겠지만.

가능하면 내가 원하는 것들은 뒤로 밀어두려 했다. 커피를 사 마시는, 내 시간을 갖는 작은 사치들을 제외하고는 세상에 괴로운 것들이 너무 많으니 그 고통을 조금이라도 더 알고 그 쪽에 마음과 돈과 시간을 쏟는게 옳다고 생각했는데 소모되는 나는 어쩔 수가 없나보다. 활동가들 정말 존경한다.

그런 와중에 벌써 3학기구나. 나는 어디로 가고 있나. good cause를 위해 산다며 다른 일들에는 핑계와 변명만 찾는 나인 것 같아 부끄럽다. 오늘은 그래도 여러 부분에서 용기를 낸 하루였는데.

갑자기 불쑥 찾아온 외로움이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래도 찾아오는 주기가 엄청나게 길어졌다는 건 다행이다.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겠지만, 나는 아직 답을 모른다. 앞으로 30년이 지나도 답을 찾고 있을 것 같다. 딱히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답에 근사한 그 어느 지점 쯤을 함께 찾아갈 수 있다면 되는 거겠지.

여전히 죽음은 모든 곳에서 벌어진다. 나도 똑같이 죽는다는 걸 기억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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